같은 시간의 버스정류장은 늘 너와 나 둘만있었지.
텅빈 버스가 도착하면 난 맨뒤 넌 내리는문 가까운 자리에 앉아 항상 그랬듯 책을 펴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거나..
그날도 그 시간에 정류장에 갔지만 넌 보이지 않고 버스가 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조바심이 나더라..
다행히 버스오기전 널 볼수있어 나도 모르게 안도하고.. 그 날따라 친구인지 언니인지 둘이 정신없이 수다 떠는모습에
난 온갖 상상을해.. 어제 친구가 집에서 잤나? 아님 언니가 오늘은 아침일찍 일이 있는건가?
하얀청바지에 민트색 면티가 유난히 돋보이더니 버스가 서고 그날은 맨뒷자리 오른쪽은 나, 왼쪽 끝은 너와 다른사람이
앉았지.. 근데.. 매일 너의 뒷모습을 보며 갔는데 그날은 조금만 조심하고 집중하면 너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됐어..
자는척하며 잘 들리지는 않지만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한번씩 목 돌리는척 하며 살짝살짝 얼굴을 훔쳐 보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고 깜짝 놀라 다시 자는척 하다,,, 둘의 웃음소리에 혹시나 내 얘기하는지 하는 생각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그래도 다시 보고싶단 생각을 했지만 눈을 뜰수가 없더라..
어느새 너가 내리는 정류장에 도착한다는 안내음성에 내리는 뒷모습을 보려고 다시 잠이 깬듯 눈을뜨고.. 창밖만 바라봤어..
난 사실 버스안의 너의 뒷모습보다,, 잠시지만 내린뒤 창으로 볼수 있었던 너의 얼굴이 더 좋았어..
이제는 내리는 시간 .. 뒷자리라 몸을 움크려 일어나는 널 느낄수 있었어..
난 창에 머리를 기대고 내리는 널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웃음소리와 너와 같이 있던 사람이 널 밀쳤고
넘어지듯 내 앞으로 와서는 잠시 머뭇거리고 던지듯이 나에게 건낸 잘 접은 종이와 " 으이그 답답하네 " 라고 한마디 하고
뛰어내리고는 날 힐끗 둘이서 보고 다시 실컷 웃는 모습... 난 완전 얼어버려 종이를 펴볼 생각도 못하고 혹시나
잃어버릴까 싶었는지 꼭쥐고 내릴때까지 열어 보지도 못했어..
두근거리는 맘으로 펴본 종이위엔 "000-000-0000 ^^ "
이런 행복한 적이 내 인생에 있었을까..........당신이 그리워........ 우리는 왜 이렇게 됐을까.......